언제부터 모든 것이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지내기 시작했을까. 동아리 때문일까. 아니. 동아리를 탓할 수는 없다. 동아리 때문에 모든 것에 실망을 하게 됐다고 의심한다 해도 동아리 덕분에 기대를 하게 됐다는 건 확신이니까. 다들 떠난다. 다들 동아리를 떠난다. 다들 나를 떠난다. 너무나 무섭고 아찔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
이진서랑 나랑은 지금 어떤 관계일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동아리 선후배 이상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진서에게 이 동아리란 무엇인가. 특별히 애정을 가질 이유도, 특별히 열심히 할 이유도 없는 장소다. 떠날 기회가 있다면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떠나지 않은 게 신기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동아리 뿐만 아니라 학교를 떠날 수도 있는데....
"자, 그럼. 오늘 리허설은 여기까지 할게."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 찜찜한 분위기의 리허설을 진은혜가 끝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해야 할 장면은 다 끝냈다. 오히려 페이스는 괜찮은 편이었다. 보라랑의 호흡은 예상대로 자연스러웠다. 다만 뭔가 말 할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다. 계속 신경이 쓰이는. "진서야. ...
어떻게 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둘은 굉장히 다른 질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무대를 화려하게 채울, 대형 공연을 하고 싶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노래만 들어도 자연스레 눈물이 흐르는. 커튼이 내려가면, 객석을 빈틈없이 채운 관객의 쩌렁쩌렁한 환호성을 듣고 싶다. 어떻게 하고 싶은가. 모두가 같이 즐겁게 ...
이건 내 이야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진서의 이야기. 연습생 이진서도, 아이돌 "진서"도 아닌. 적상고등학교의 학생. 적상고등학교 뮤지컬 동아리의 무대감독 보조. 이진서. 그게 나다. 아직까지는. "어? 진서야! 진서 맞지?" 내 이름을 부르는 이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 오랜만이었다. "아, 박감독님…" "아이고, 아이고. 너무 커서...
"잠시만, 미국을 간다고? 어쩌다가?" 진은혜의 목소리에서 평소 같지 않은 불안함이 느껴졌다. "아버지가...직장…"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간다는 게 여행 이런 거 아닌 거지? 아예…" "...네." 평정을 가장하고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일단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주고. 뭐든지 결정나는 대로 나한테 알려...
오늘도 리허설을 하기 위해 음악실 앞에 섰는데. "...야." 음악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시계를 봤지만 시간은 3시반. 분명히 수업은 다 끝났고. 오늘은 분명히 우리가 음악실을 빌린 게 맞았다. 그럼 다른 사람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아!" 귀를 대서 들어보니 누군가 말을 하고 있었다. 여자 목소리였다. "...라고." 다른 사람 목소리는 안 들리...
"아~ 재미없다~" 다들 이 주제에 흥미를 잃었는지 한 명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아…" 긴장이 풀려서인지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옆을 보니 이진서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는 맞았던 건가. "후우...아?" 물끄러미 보고 있었더니,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그러면 나도 가봐야겠네~" "저, 경헌 선배-...
"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그래. 뭐야 고경헌~" "이상해 이상해~" 아...진짜 이런 상황 싫다. 어느새 모두가 날 주목하고 있었다. "뭐가 이상해…" "맨날 이진서랑 붙어 다니고!" "해명해! 해명해!" 그리고 화제도 최악이었다. "뭘 해명해! 같이 일하는 데 어떻게 안 붙어 다녀…" "우우~ 비겁한 변명이다~" "맞다! 우우우~" 아...머리...
"경헌 선배." 내가 잘 아는, 익숙한 목소리. 이제는 많이 들은 호칭. "어, 보라야." 보라다. 동아리 후배. "여기. 부탁하신 대본 타이핑." "usb로 들고 온 거야? 메일로 보내도 된다니까."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성실해서 참 좋다. 보라는." "...좋아요?" "응, 좋…" "…" 보라가 날 뚫어지게 본다. "...아, 아니! 이상한...
긴 하루를 끝내고 방에 들어왔더니 룸메이트인 조승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무슨 대회 있어서 오늘 못 들어온댔나. 오늘 얘기를 누구한테 하고 싶은 건지, 안 하고 싶은 건지. 가늠도 안 될 정도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진서가 어느 정도 너한테 호감이 있는 거 같아." "푸흡!! 콜록! 콜록!" 이 말에 내가 시원하게 바닥을 커피 샤워 시켜준 후, 이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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